“CCTV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아르바이트생 근무 태도가 확 달라져요. 범죄 예방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죠.”(PC방 업주 정모씨) 광주시 북구 신안동에 있는 정씨의 100m²(약 30평) PC방 내부는 24시간 CCTV 4대가 감시한다. 녹화된 내용은 1주일간 데이터로 남는다. 정씨는 또 안전을 위해 부인이 운영하는 주점에도 똑같은 모델의 CCTV 4대를 설치했다. 최근 잇따른 범죄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CCTV 설치가 급증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설치와 관리 부실에 따라 사생활 침해라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12일 현재 광주지역에 설치된 공공 CCTV는 방범용과 단속용 등 모두 1430대에 이르며 내년에는 약 700여대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여기에 민간에서 설치한 CCTV 까지 포함하면 광주지역에는 9만여대의 CCTV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민 16명당 1대꼴이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설치·관리비용이 높았던 과거와는 달리 고화질의 CCTV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 관공서는 물론 일반 가게까지 설치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CCTV의 무분별한 증가는 ‘감시 사회’ 풍토를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감시의 대상이 여성과 어린이, 아르바이트생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CCTV가 지켜보고 있는 곳이 여성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상주하는 공간(카운터, 작업장)이어서 사생활 보호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일하는 공간이 곧 ‘사생활 공간’이 되는 이들로선 당연히 이를 ‘감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광주시 북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임모(여·27)씨는 “CCTV를 보고 왜 쉬냐며 사장님이 직접 전화한 적도 있다”면서 “손님이 없어도 항상 긴장해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어린이집이나 병원·약국 등에서도 곳곳에 설치된 CCTV에 대해 불쾌함을 표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일도 동강대 경찰경호학부 교수는 “개인보다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CCTV가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 박정렬기자 hal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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