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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인 척 옆에 앉고, 껴안고, 잘 가라는 인사까지…
'부축빼기'…. 여름철이 되면 기승을 부리면서 주의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만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단어입니다. 술에 취한 사람을 도와주는 척 '부축' 한 뒤, 소지품만 '빼간다'는 의미인데요.
최근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도 부축빼기 범죄가 잇따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최근 두 달 동안 강남역 일대에서 취객의 소지품을 훔친 혐의로 3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는데요.
KBS가 단독으로 입수한 범행 영상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한 취객이 강남역 거리에 걸터앉아 있었습니다. 취객은 잠들어 있었고, 몇 분에 걸쳐 절도범도 그 옆에 앉아 있더군요.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뜨자 범행이 시작됐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취객의 소지품을 뒤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절도범이 취객을 부축하면서 거리에 앉히는 영상도 있었습니다. 지나가면서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행인도 있었지만, 절도범의 손길에는 거침이 없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일어나더니, 껴안고 잘 가라는 인사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둘이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몇 분 동안 눈치를 살피다가 흘린 소지품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남성이 인도에 걸터앉은 취객 주위를 맴돌더니, 취객이 흘린 스마트폰을 발견하고선 그 위에 검은 봉투를 가져 와 스마트폰을 덮고 신문지까지 올려놓더군요. 잠시 뒤 이 남성은 눈깜짝할 사이 스마트폰을 가져갔습니다. 10여 일 뒤, 같은 남성이 또다시 벤치에 누워 있는 취객의 스마트폰을 훔치는 것도 목격됐습니다.
■ CCTV 관제센터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절도범들은 자신들의 범행 장면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요? 이번에 붙잡힌 강남역 부축빼기범들의 범행 장면은 대부분 서초구청 관제센터 CCTV에 목격됐습니다.
구청 CCTV 관제센터에는 관할 경찰서 경찰관들이 파견나가 있는데, 수상쩍은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집중 모니터링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혹시라도 무고한 시민들을 의심하면 안 되기 때문에 범죄 혐의점이 포착될 때까지 끈질기게 지켜본다고 하는데요. 그러다가 정확한 범행 장면이 포착되면 그 인근의 순찰차에 무전 통보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겁니다.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범위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도주해도 인근의 CCTV로 돌려가며 계속 추적해서, 순찰차와 의사소통을 하며 붙잡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모니터링하는 경찰들의 눈은 매우 예리하고 꼼꼼한데요. 사실 취재하면서 제가 영상을 몇 번씩 돌려봐도 훔치는 장면은 알아볼 수가 없었는데 담당자에게 물어본 다음에야 '아…. 이때가 범행 순간이었구나'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절도범들의 손놀림은 매우 민첩한데, 반복재생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이것을 포착한다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이렇게 방범용 CCTV를 활용해 범인을 검거하는 건수는 '부축빼기'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지난해 서울에서만 259건으로 그 전년의 96건에 비해 170% 증가했다고 합니다.
■ 여름철 ‘부축빼기’ 기승… 주의해야 합니다
경찰청에서 부축빼기 현황 통계를 받아보니, 실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 경찰에 파악된 부축빼기 전체 발생 건수는 1,799건입니다. 월평균으로 하면 150건 정도 됩니다. 그런데 7, 8월 발생 건수가 각각 302, 310건으로 월 평균의 2배 이상인데요. 겨울철인 1월의 48건과 비교하면 6배 이상일 정도입니다. 그만큼 여름철에는 거리에서 술에 취해 주무시는 분들도 다른 때에 비해 많을 뿐더러 절도범들도 그러한 상태를 노린다는 겁니다. 아마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건수까지 생각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이런 절도범들이 노리는 조건이 2가지 있다고 합니다. 주로 어둡고 인적이 뜸한 곳인데요, 그러므로 술을 드신다 하더라도 이 2가지 조건을 갖춘 곳은 꼭 피하시길 당부드립니다. 무엇보다 술을 마신다 하더라도 일단 과음을 피하는 게 '부축빼기' 범죄 예방에 제일 중요한 건 당연한 일이겠죠. |
